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기획을 추진한 지 십여 년 만에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외면하고 어렵게 완성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그 높아진 기대치에 여러모로 미치지 못하고 그저 원금에 만족해야 했다.
흥행은 고사하고 영화적 완성도까지 그저 그랬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이야기 전개 면에서 의아하거나 무리한 설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맨과 갈등을 겪는 배트맨이 마사라는 엄마의 이름이 서로 같다며 갑자기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은 “세상에 마사라는 이름이 하나 둘도 아니고…”라는 황당함을 선사한다. 마치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엄마 같아서”, “우리 아빠 같아서”라며 참견하는 인간을 봤을 때의 황당함과 비슷한 감정이다. 무려 부모님 나이대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하나둘도 없고
게다가 대기업의 철부지로 위장하기 위한 관계를 제외하고는 모든 대인관계와는 벽을 쌓고 사는 브루스 웨인/배트맨이 클라크 켄트의 어머니에게 자신을 아드님의 친구입니다라고 소개하는 사교성이란. 그동안 나에게 친구는 사치라고 말해 온 그가 아닌가? 설마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성숙해가는 배트맨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일까?
하지만 이것이 재미있는 것은 ‘맨 오브 스틸’에서 묘사된 슈퍼맨과는 정반대의 태도라는 점이다. 맨 오브 스틸은 적과의 대결 과정에서 엄연히 지구를 지켜야 할 사명이 있는 (보수적일수록 모범적인) 슈퍼맨이 죽어가는 인간에게 너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농민(조너선 켄트)의 아들(클라크 켄트) 콤플렉스의 관점에서 보면 이 무관심한 태도는 충분히 타당하다.

클라크 켄트는 어린 시절 아직 불완전한 초능력 때문에 주위를 산만하게 했고, 이런 이상한 행동 때문에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하물며 조드 장군은 기껏 농장에서 수련한 주제에 자기 같은 엘리트를 상대할 리 없다며 노골적으로 촌뜨기라고 무시한다. 이방인이라는 외계인 신분 때문이 아니라 그저 순수한 시골뜨기일 뿐(조드 장군은 어차피 같은 외계인 신분이고 마을 사람들은 클라크 켄트가 외계인이라는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서 관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농사의 기본 원칙. 뿌린 대로 거두다. 즉,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다. 역시 클라크 켄트는 자신을 갈라놓고 등을 돌린 인간들을 우선적인 관계, 구출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한편 이방인으로서 혼란스러워하던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정성껏 키워준 엄마와 슈퍼맨의 정체를 밝히지 말아달라는 약속을 끝까지 지키며 믿음을 보여준 로이스 레인은 위험에 빠지면 무슨 일이 있어도 즉시 도와준다.

그래서 도심이 파괴될 때 클라크 켄트/슈퍼맨의 심정은 이런 것이다. 평소에는 촌뜨기라고 무시하다가 내가 슈퍼맨이라고 하니 이제 와서 우상숭배인가? 악당들과 싸우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세상에 사람이 하나둘도 아니고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신경 써? 지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처럼 입장이 역전되면서 슈퍼맨에게 관계의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고 외면당한 인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바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따지고 보면 지구가 파괴된 주된 원인은 엄연히 조드 장군이고, 전 세계인들도 TV 방송을 통해 지구를 정복하려는 것이 조드 장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마치 슈퍼맨에게 따돌림을 당한 듯한 이 박탈감으로 인해 모든 불만을 슈퍼맨 탓으로 돌리고 있다. 브루스 웨인도 부모님이 눈앞에서 살해당한 것을 평생 트라우마로 삼고 있지만 슈퍼맨이 그의 부모님을 죽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른바 ‘마사드립’이라 불리는 이 우스꽝스러운 설정은 결국 온갖 트라우마와 콤플렉스가 뒤섞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작용의 결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 이유로 슈퍼맨은 실제로 사람들을 구하면서도 어딘가 지친 듯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고, 배트맨 또한 범죄자로 낙인찍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분열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맨 오브 스틸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에이미 아담스, 러셀 크로우, 헨리 카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앤 레인, 마이클 섀넌, 앤체트라우, 아일렛 줄러 개봉 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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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벤 애플렉, 에이미 아담스, 로렌스 피쉬번, 제시 아이젠버그, 제레미 아이언스, 홀리 헌터, 갤가닷, 로렌 코한 , 제프리 딘 모건 , 제이슨 모모아 , 에즈라 밀러 , 다이앤 레인 개봉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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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해석정보 저스티스 리그는 혼돈의 세계다. 선과 악의 구별은 점점 모호해진다. 단순히 안티히어로… m.blog.naver.com[영화 리뷰]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해석정보 저스티스 리그는 혼돈의 세계다. 선과 악의 구별은 점점 모호해진다. 단순히 안티히어로… m.blog.naver.com